Christmas Instant Mix

전다화

 알록달록한 버터크림이 올라간 크리스마스 케이크. 쇼윈도에 전시된 크리스마스 장식을 들여다보며 빛으로 장식한 가로수 길을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꽁꽁 언 호수에서 눈 덮인 마을을 배경으로 스케이트를 타는, 추위로 코가 빨개진 아이들.
 혹은 나지막이 타고 있는 벽난로 앞에 세워진 커다란 트리에서 점멸하는 색색깔의 전구와 불길에 조금씩 흔들리며 반짝이는 틴셀. 트리 아래 쌓여있는 풍성한 컬링 리본으로 포장된 선물상자에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해하면서, 오래되었지만 공들여 만들어진 유럽식 유리 오너먼트를 가족들과 하나씩 다는 크리스마스의 추억.

 이것은 아마도 엄마가 사다 준 데니쉬 쿠키 틴케이스에서 보았던 그림이거나 어릴 적 본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의 도입부일 것이다. 이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의 추억은 내 것이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를 말할 때 내가 떠올리는 건 이런 이미지들이다.
 나의 12월은 이렇듯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어떤 크리스마스 이브를 상상하며, 결핍을 느끼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루하루 크리스마스에 가까워질수록 상상 속 크리스마스는 유례가 없을 만큼 화려하고 아름다워진다. 그러나 초등학생인 내가 붕어빵을 먹으며 요리조리 거닐었던 더럽고 낡은 상가들의 거리에는 플라스틱 오너먼트로 꾸며진 초라한 pvc 트리만이 현란하게 발광하며 서 있었다. 간극은 메꿔지지 않았고, 조금 기우뚱한 채로 나는 자라났다.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알리는 바람이 불어오거나 혹은, 어슴푸레한 저녁에 가로등이 켜질 때면 문득 다시 (가짜)소중한 순간을 꺼내 본다. 그럴 때면 스노우 글로브를 흔들어 그 매끄럽게 완성된 작 세계에 일순간 함박눈이 쏟아지는 광경을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짧지만 천천히 재생되는 완벽하게 아름다운 순간이다.

하지만 곧 모든 것은 천천히 바닥으로 가라앉고 환상은 사그라진다.
 그리고 나는 돌아오는 것이다. 가장 경제적인 방식이라는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의 도시로단지 서울에서 가깝기 때문에 잠시 머무르고 있는 그 공간으로(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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