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인스턴트 믹스’라는 전시의 제목은 음료나 반죽을 빨리, 정확한 맛으로 만들수 있도록 미리 제조된 식품용 가루를 지칭하는 ‘인스턴트 믹스’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취향에 맞추어 개인화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줄 때 사용하는 ‘믹스’를 혼합하여 만들었습니다.
전시 기획은 한국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서도 문화적으로 소외된 서울 바깥의 도시에서 자라며 흔히 1세계로 지칭되는 외부 세계, 주로 미국, 서유럽, 일본 등에서 수입된 문화를 흡수하여 내면세계를 구성해온 저의 경험에서 출발했습니다. 환상적 크리스마스에 대한 개인적인 집착을 작업으로 풀어내어 겪어보지 않은 것에 대한 가짜 노스탤지어와 정작 그 대상이 실제 원본과는 다른 각종 열화 복제가 결합된 혼종적 무언가가 되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전시는 빈 집을 점유하여 그곳에 여러 나라에서 수집한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오브제와 제작한 작업을 모아 제가 상상하는 이상적 크리스마스 풍경을 구현한 것이었습니다. 오브제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메이시 백화점에서 구입한 크리스마스용 쟁반과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태운 양초 50개, 샌디라이온 사의 빈티지 스티커, 중국식 문양을 서툴게 흉내낸 그릇과 미국에서 제작한 포춘쿠키, 데니쉬 쿠키를 담았던 틴케이스와 종이 포장지, 산타모양 양초를 얹은 원형 스티로폼, 징글벨이 재생되는 스노우 글로브, 녹색 틴셀 커튼. 전시장의 가운데에는 커다란 오너먼트과 전구를 걸친 작고 초라한 트리 주변에 한지에 크리스마스 패턴을 트레이싱하여 그린 포장지로 포장된 선물이 놓여 있었습니다. (포장된 상자 안에는 선물이 들어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주간 동안 오후 4시부터 저녁 8시까지 진행되었기 때문에 보통의 전시보다 어둡게 연출되어 주의 깊게 찾아보지 않으면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는 작품도 종종 있었어요. 하지만 관람자가 작품을 개별적으로 보는 것보다-크리스마스를 위해 모인 모든 것들, 설치된 작업뿐 아니라 바닥에 깔린 붉은 카펫, 닫힌 방 안에서 흘러나오던 캐롤과 설치된 스마트폰에서 재생되는 벽난로 영상의 장작타는 소리까지- 온전한 방식으로 이 엉성하고 임시적인 크리스마스를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루더우레터』 1호 ‘전시다시보기’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