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나는 자꾸 슬퍼졌는데, 슬픈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되게 소중하게 여겼던 걸 영영 잃어버린 것 같기도 했다. (정말 큰일이네.)
무얼 잃어버렸나 찬찬히 따져보니, 어? 
나는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고 상실한 줄 알았던 그것은 내 것이었던 적이 없었다.

때때로 소파에 누워 이미 수십 번 돌려본 시트콤을 시청하면서 카페에 앉아 친구들과 시덥잖은 얘기를 나누는 장면을 상상했다. 
카페에 들어선 내 친구들은 내게 말한다. 죄송하지만 우리 자리에서 비켜주실래요?

그러니까 이건 슬픔이라기 보다는 절대로 바꿀 수 없는 중요한 마음이나 
끈질긴 애착을 가질 대상이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막연함에 가깝다.


언젠가 농담으로 이런 말을 했다. 전 내면의 풍경 같은 거 없어요. 내면이 그냥 텅 비어 있어요.
아니, 농담인 척 진심을 말해버렸다. 들여다보려고 애쓰기도 했는데, 더듬어봐도 잡히는 게 없어 조금 불안했다. 
안에서 꺼내 쓸 건 없으니 쓸만한 조개껍질을 좀 주워 보려 해변을 거니는 사람처럼 나는 
막연히 무언가 떠밀려오기를 기대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곤 했다. 
그곳에서 내가 주운 것은 대개 잡동사니와 쓰레기. 희미해진 고통, 잔인한 농담, 출처 불명의 소문 그리고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들.


한 때 스냅 사진이었을 그 이미지는 수많은 사용자의 하드 디스크와 계정을 거쳐 내게 도착했다. 
최초의 업로드 이후 잘게 흩뿌려져 네트워크 속을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을 복제본 중 하나. 
각기 다른 크기와 해상도를 차지하고 있을테지만 포착된 형상은 동일하다. 내게 주어진, 이제는 작고 열악해진 이미지를 들여다본다.
나는 그 형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고고학자처럼. 어쩌면 강령술사처럼. 더 선명하게….



그것은 꼭 진짜처럼 느껴진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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